울진바다에서 보내는 하루
어느 맑은 날, 울진 바다와 하루를 함께 했다. 붉게 타오르고 검게 사그러들며 새파란 바다는 묵묵하게 정해진 시간을 보냈다. 꾸밈없는 울진 바다에는 소박하지만 깊은 멋과 맛이 있었다. 울진 바다는 고요하다. 소란스럽지 않다. 소란이 싫다면 바다 여행은 울진이 좋을 것이다.
떠오르는 해를 보고 싶다면 게으름피워서는 안 된다. 미리 날씨와 일출 시간을 확인해야 하고 천금 같은 눈꺼풀을 들어올려, 해보다 먼저 일어나야 한다.
새벽 바다는 여름이라도 꽤 쌀쌀해서 일출이고 뭐고 다시 따뜻한 이불 속으로 들어가고 싶게 하니, 어느 정도 정신력도 필요한 것 같다.
부지런히 해가 떠오른다. 칠흙 같이 짙은 어둠으로 가득한 바다를 주홍빛으로 붉게 물들이더니 곧장 동그랗게 불쑥 솟아오른다. 마법 같은 광경이다. 한두 번 본 것도 아닌데 볼 때마다 감동적이다. 우리의 매일은 이렇게도 화려하고 아름답게 시작된다.
울진 바다에서 감상하는 일출이 좋은 가장 큰 이유는 조용하기 때문이다. 드라마나 영화로 유명한 장소들은 언제나 사람들로 가득하다.
울진은 오지라는 이미지가 아직 남아 있어서인지 1월 1일이 아니면 보통 한가하다. 가끔은 혼자만의 감상에 취하고 싶다.
바다의 아침은 사람들 또한 바쁘다. 새벽에 왕돌초로 떠났던 배들이 돌아온다. 죽변항과 후포항에서는 대게를 비롯한 싱싱한 해산물들로 경매가 이어진다. 경매의 소란 또한 찰나에 불과하다. 곧 이곳도 일출 뒤의 바다처럼 아무 일 없던 것처럼 고요해진다.
해가 중천으로 떠오르는 것도 금방이다. 투명하고 강렬해진 햇빛으로 바다는 결결이 눈부시게 빛난다. 고운 모래 위에 앉아 푸른 바다와 끝없이 밀려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세상에서 제일 평온하고 한가한 기분이다. 같지만 다른 바다의 움직임은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출출해지기 전까지는 굳이 움직이고 싶지 않다.
울진 바다의 오후는 고요하다. 다들 어디 갔는지 한적하다.
길가의 오징어들은 묵직한 바닷바람과 뜨거운 햇볕에 느릿느릿 말라가고 있다. 식사 때가 지나면 영업을 하지 않는 음식점들도 있으니 꼭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
울진의 물회는 대부분 제철 자연산 횟감을 사용한다. 인위적이지 않은 매콤달콤한 육수와 신선한 채소가 어우러져 감칠맛이 일품이다. 밥이나 소면을 말아먹으면 특유의 부드럽고 구수한 맛을 느낄 수 있고 더욱 든든하다.
망양정에서 4km 정도 떨어진 곳에 울진읍내가 있다. 읍내에 큰 시장이 있는데 시장에서 다양한 먹거리를 맛볼 수 있다. 자연산 참가자미로 만든 회무침와 회국수를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는 식당들이 있다. 고소한 참가자미를 잘게 썰어 울진 미역과 제철 채소를 비법양념장에 곁들여 먹는다. 최고의 안주다.
어둠이 뒤덮기 전 옅은 푸름과 분홍빛이 공존하는 순간은 또 다른 마법 같은 풍경을 선사한다. 좋은 것은 언제나 찰나이다. 찰나라서 좋다고 느끼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울진 바다의 아름다운 하루가 저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