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불영사
살아가며 끝도 없이 반복되는 희로애락 속에 번뇌는 쌓여만 간다. 오래전부터 우리는 마음이 번잡할 때면 그것을 다스리기 위해 절을 찾았다. 그만큼 우리는 절이 마음을 치유해주는 공간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내 생각, 가족 생각, 남들 생각 등 온갖 생각들로 쉴 틈 없이 복잡한 마음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부처에게 가자.
불영사에는 언제나 부처가 기다리고 있다. 이 절은 부처 형상의 바위가 비치는 신비로운 연못이 있어 불영사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싱그러운 초록빛 자연이 반겨주는 여름의 불영사로 향한다.
한국의 그랜드캐니언이라 불리는 불영계곡을 굽이굽이 지나면 불영사에 도착한다. 사계절이 아름다워 명승 제6호로 지정된 불영계곡은 불영사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
일주문에서 경내까지는 적지 않게 걸어야 한다.
급하게 마음먹고 서두르다 보면 힘겹게 느껴질 수 있는 거리지만 느긋하게 자연을 감상하며 걷자면 오히려 몸이 가뿐해지고 기분이 상쾌해지는 길이다.
울창한 금강소나무가 드리워진 명상의 길을 걷다보면 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162호로 지정되어 있는 불영사 부도와 비를 만날 수 있다. 조선 숙종 때의 고승인 양성당 혜능 선사의 사리를 모셔두고 있다. 조금 더 걸으면 불영사 경내에 도착한다.
멀리 보이기 시작하는 불영사의 풍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스님들이 직접 일구는 텃밭, 연꽃으로 덮인 불영지, 그리고 단정히 자리한 전각들이 초록빛 천축산을 배경으로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가장 먼저 우리를 반기는 것은 부처가 비치는 불영지이다.
불영지를 뒤로 법영루, 칠성각, 의상전, 극락전, 대웅보전, 응진전, 명부전, 설법전, 산신각 등의 전각들이 이어진다. 그중 가장 오래된 전각은 임진왜란에도 피해를 면한 조선 중기의 목조건물인 응진전이다. 소박한 모습으로 긴 역사를 간직한 응진전은 보물 제730호로 지정되어 있다.
불영사의 중심에는 보물 제1201호인 대웅보전이 있다. 대웅보전의 기단 아래를 살펴보면 양쪽으로 두 마리의 돌거북이가 머리만 내밀고 있다.
돌거북이 머리에 사람들의 두고간 동전들이 있다. 오랜 시간 많은 위기를 겪어온 돌거북에게 작은 소원들을 빌고 갔나 보다.
불전 내부에는 석가모니 삼존불이 봉안되어 있고, 후불탱화인 영산회산도는 보물 제1272호로 지정되었다. 조선 영조 9년(1733)에 그려진 이 그림은 화려하고 아름다운 색감 및 정밀한 묘사법이 특징이다. 그리고 보존상태가 양호해 조선불화를 연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불영사를 둘러보면 꽤 큰 규모의 텃밭이 보이는데 스님들이 직접 농사짓는다. 텃밭에서 직접 심고 얻은 재료에 정성을 더해 건강한 사찰음식을 만든다.
일운 스님은 2011년에 수행공동체인 만결회를 결성하였다. 살아가면서 생기는 번뇌의 고통에서 벗어나 수행 정진을 통해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고자 한다. 불영사에서는 매일 아침 스마트폰앱으로 ‘마음 편지’를 발송한다.
뿐만 아니라 매달 회원들이 내는 만원의 보시금을 전세계 어려운 나라나 단체에 후원하고 있다.
마음이 복잡하고 새로 시작하고 싶을 때면 자연 속 고즈넉한 산사가 떠오르곤 한다. 첩첩산중에 있는 불영사는 어쩌면 마음속에 그리던 그 산사와 흡사했던 것 같다.
일운 스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우리 또한 그저 자연의 일부일 뿐이다. 그 일부를 잊고 살다가 자연을 만났을 때, 그때는 바로 나 자신을 만난 것과 같다. 그 자연이 자연을 만나니 얼마나 또 자연스러운 일이겠는가’
들어갈 때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바위의 글귀를 나가며 발견하곤 소리내어 읽어 본다. “나무아미타불.” 연못 속 부처와 더불어 자연 속에서 자연스러운 나를 새롭게 만난 특별한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