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소나무숲길 2코스
금강소나무숲길 두 번째 구간은 가을에 걸었다.
사시사철 푸른 금강송숲에 울긋불긋 가을옷으로 갈아입은 나무들이 화려하게 길을 밝혀 더욱 아름답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산돌배나무를 만나고 과거 보부상들이 넘어 다녔던 십이령 중 두 개의 재를 넘는 2구간은 네 구간 중 가장 난이도가 낮다고 여겨진다.
편안한 마음으로 금강소나무숲을 즐겨보자.
10월의 아침, 그것도 산속의 아침은 제법 쌀쌀하다. 예상보다 추운 날씨에 탐방객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출발지인 전곡리에 모였다.
미리 도착해 있던 해설사 선생님이 따뜻하게 반긴다. 오늘 우리가 걸을 곳들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듣고 준비운동을 한다. 추위로 굳었던 몸이 풀어지자 감각이 살아나며 때 묻지 않은 오지의 풍광이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 누군가가 외친다. '나는 자연인이다!'
멀리 양원역과 분천역을 향하던 길목이었다는 곳도 옛 사람들의 기억에만 남아 추억하게 된다.
숲으로 들어서자마자 오르막이 기다린다. 다들 등산이 오랜만인지 오늘의 여정을 걱정하기 시작한다. 둘레길 산책하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왔다가 놀란 몸이 약한 몇몇은 탐방을 포기하고 뒤돌아갔다. 남은 우리가 무사히 탐방을 마치고 사진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전하겠노라 아쉬움을 달랜다.
앞, 뒤, 옆, 위, 아래 모두 금강송으로 가득하니 금강소나무숲길에 들어온 것이 실감난다. 해설사 선생님은 잠시 쉬어가며 금강소나무에 대해 설명한다. 금강이라는 이름은 금강산에서 따온 것이다.
태백산맥을 따라 금강산에서 이어지는 울진, 봉화, 영덕, 청송 지역에서 금강송이 자란다. 금강소나무는 예부터 소나무 중에서도 최고로 인정받았는데 속이 붉어 적송, 과거 춘양역에서 금강송을 모아 서울로 옮겼기에 춘양목이라고 한다.
금강송, 적송, 춘양목 모두 같은 나무를 가리키는 말이다. 나무를 켠 뒤에도 뒤틀리지 않고 잘 썩지 않았던 금강송은 조선시대에 나라에서 관리하며 궁궐용 목재로 사용했다고 한다. 목재로 나가려면 적어도 100년은 기다려야 한다고 하는데 참으로 귀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해설사를 따라 숲에서 벗어나니 따뜻한 볕이 내리쬐는 탁 트인 공간이 나온다. 산을 넘어 도착한 이곳은 쌍전리이다. 산중에 마을이 있나 했더니 주황색 지붕으로 눈부신 집 한 채와 넓은 무밭 뿐이다. 그 곁을 지키듯 커다란 산돌배나무가 우뚝 서 있다. 250년이 넘도록 자리를 지키고 있는 천연기념물 408호로 지정된 나무이다. 높이 25m, 흉고 둘레 4.3m란다.
우리나라 산돌배나무 중 가장 크고 오래됐다는데 나라에 큰일이 생기면 '우우~' 소리를 내며 울고, 열매가 많이 맺히는 해에는 마을에 풍년이 들었다는 비범한 이야기가 함께 전해진다.
열매가 많이 열릴 때는 수백 개가 열리기도 했다고 한다. 지금은 더 이상 한 알의 열매도 맺지 못하지만, 과거의 영광을 가진 채 천연기념물로 보호받으며 자리하고 있다. 수산리 굴참나무, 행곡리 처진소나무, 화성리 향나무, 후정리 향나무와 함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울진 나무 5그루 중 하나이다.
고개를 넘으니 개 짖는 소리와 함께 또다시 집 한 채가 보인다. 아까 주황색 지붕 집과 가장 가까운 이웃일텐데 거리가 꽤 머니 왕래가 쉽진 않겠다. 이 집은 인삼 농사를 짓는데 삼밭을 지키는 개들의 경계가 조금 심하다. 도망치듯 발길을 재촉한다.
너른 배추밭 곁을 지나며 다시 숲으로 향한다. 슬슬 시장기가 도니 싱싱하게 자란 고랭지 배추들이 더욱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김장철이 다가옴을 느끼며 배추쌈, 배추김치, 배춧국 등 다들 배추 요리를 하나씩 읊으며 힘을 내본다.
넓재 다음으로 지나게 되는 재는 울진의 6번째 재인 한나무재이다. 이 이름으로 불리게 된 두 가지 이유가 전해진다. 이곳에 원래 굉장히 큰 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는 의미와 보부상들의 한이 맺혔다는 의미로 한나무재라 불린다고 한다.
지금은 유난히 커다란 나무도, 한이 서린 발걸음도 사라졌지만 옛 이야기가 이름으로 남아 해설사들에 의해 전해지고 있다. 오늘의 마지막 재를 넘으니 왠지 모를 아쉬움이 느껴진다. 세 시간 정도의 산행이 짧게 마무리 되고 있다.
재를 넘어 소광리까지는 임도를 걷는다. 낙엽들이 쌓여 폭신폭신했던 숲길에서 나와 단단한 아스팔트 길을 걷자니 조금 어색하고 불편하다. 아름다웠던 자연에 대한 아쉬움은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한다. 알록달록한 숲이 아무렇지 않게 이파리를 흔들며 인사한다.
자연에 대한 갈증이 아직 풀리지 않았을 탐방객들을 위한 것인지 임도 중간에 약수터가 있다. 길가에서 약수터를 만나본 적이 없어 경계를 하고 있으니 해설사 선생님이 괜찮다고 웃으며 권한다. 시원하고 달콤한 맛이다. 길가의 머루도 따 먹으며 몇 분 더 걷다보니 소광2리 금강송펜션에 도착했다.
도착지의 십이령주막에서의 식사가 일정의 마지막이다. 다양한 산나물과 버섯, 된장국을 먹고 싶은 만큼 마음껏 퍼서 먹을 수 있다. 산행 중의 과자나 초콜렛은 역시 간식일 뿐이었다. 다들 '너무 맛있다!' 만 연발하며 게눈 감추듯 먹는다. 산골 오지에서 먹는 산나물은 도심에서 먹는 것과 맛이 다르다. 두 접시는 기본이다. 배가 든든해지니 또 산에 가고 싶다. 이렇게 2구간도 무사히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