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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지만 쓸쓸한 대왕소나무를 만나다

금강소나무숲길 4코스

커다랗고 아름다운 소나무가 기다리고 있다. 대왕소나무라고 불리는 600년 수령의 소나무이다.

이 소나무에 반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산을 올랐다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아픈 상처도 생겼다는데 그곳의 풍경과 이야기를 찾아 금강소나무숲길 4구간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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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구간 코스안내

코스안내
  • 코스 : 솔평지 – 너삼밭 – 대광천(0.7km) – 아래새재(1.6km) – 썩바골폭포(2.7km) – 대왕송(5.4 km) – 조령성황사(7.8km) – 대광천(9.78km) – 너삼밭(10.48km)
  • 소요시간 : 약 5시간 소요
금강소나무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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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광천 풍경

탐방은 오전 9시부터 시작된다. 대부분의 탐방객들이 다른 지방에서 오기에 오전부터의 산행을 위해 출발지 근처 펜션이나 민박에서 전날 숙박을 한다.

금강소나무숲길은 해설사를 동반하여 예약제로만 운행되는데 홈페이지에서 구간별 탐방과 숙식을 제공하는 민박 예약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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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소나무

4구간을 천천히 탐방하며, 아름답지만 안타까운 대왕소나무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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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소나무숲길 센터에서
연결해준 민박집

숙박은 1인 1만 원, 식사는 한 끼 6천 원이다. 첩첩산중의 아늑한 잠자리가 참으로 저렴하다.

주인이 직접 캐고 다듬은 맛 좋은 산나물들과 구수한 찌개, 입맛 돋우는 짭조름한 생선 등 정성 가득한 신선하고 정갈한 상차림은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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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구간 해설을 맡아주신
김종연 해설사님

늦은 사람 없이 모두 집결지인 솔평리 노인복지회관으로 모였다. 이곳이 진짜 출발지는 아니다. 해설사 선생님을 따라 차로 5분 가량 이동해야 한다.

동네주민들이 준비한 도시락(개당 6천 원)을 하나씩 챙겨들고 출발지인 너삼밭으로 향한다. 도시락을 나누어주자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던 탐방객들도 금세 함박웃음을 짓는다. 도시락이 괜히 마음을 들뜨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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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광천의 맑은 물줄기

너삼밭에서 해설사 선생님과 함께 산행 전 간단한 준비운동을 하고 오늘 움직일 코스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오늘 다녀올 4구간은 대왕소나무를 보고 다시 이곳 너삼밭으로 회귀한다.

그리고 종착지인 대왕소나무에 가기까지 데크가 설치되어 있지 않고, 물가에는 돌다리만 대여섯 개 있으니 산행에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셨다. 처음 만난 탐방객들은 설레는 마음을 안고 인사를 나누며 조심조심 숲속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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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구간 3구간에서도 들렀던
대광천초소

너삼밭에서 돌다리 하나를 건너 있는 대광천초소에 잠시 들른다. 대광천은 4구간뿐만 아니라 1구간과 3구간도 지나는 인터체인지와 같은 곳이다. 

다시 한 번 신발끈이나 장비 등을 점검하고 출발한다. 이름처럼 커다란 빛을 머금은 대광천이 비단처럼 흐르며 시원하고 맑게 울리는 물소리로 우리를 환영한다. 아직 지칠 일은 없지만 더욱 힘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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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광천 초소에 핀 야생화
각시취

전날 비가 와서인지 초록 숲이 더욱 싱그럽다. 서어나무, 산벚나무, 느릅나무, 도토리나무 등 젖은 숲은 투명한 햇살로 반짝인다. 새벽에 빗소리로 걱정스러웠던 마음은 잊혀진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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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내린 숲 속 풍경

물기를 머금은 깨끗하고 차가운 이파리들이 기분을 더욱 상쾌하게 한다. 숨이 달라진다. 이곳에 숨쉬러 온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생존을 위한 숨 이상의 여유와 건강을 느낄 수 있는 숨이다. 콧구멍에서 폐까지 초록빛 산소가 움직이는듯 느껴진다. 이마에 맺히기 시작하는 땀방울도 기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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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소나무를
카메라에 담는 탐방객

아래새재를 지나기 전 잠시 쉬어간다. 탐방객들은 땀을 닦으며 자연스레 챙겨온 간식들을 나눈다. 찐 콩도 과자도 모두 꿀맛이다.

해설사 선생님은 곳곳에서 발견되는 화전민터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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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전민터

이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화전을 이루고 살았는데 60년대 무장공비 사건으로 모두 이주하게 되었다고 한다.

흔적으로 남아있는 무쇠다리미, 그릇, 술병 등은 밋밋한 산이었을 당시의 기억은 잊은채 울창한 나무들 틈에서 고요히 머물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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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소나무숲길의 단풍잎

축축히 젖은 낙엽들을 포근히 밟으며 산행을 계속한다. 우리들의 표정이 여유만만했는지 해설사 선생님은 이제 꽤 힘들 것이라며 약간의 겁을 주신다.

이번에는 아래새재를 넘어야 하는데 새재란 새도 넘기 힘들어서 붙은 명칭이란다. 탐방객들은 물 한모금씩 더 마시고 힘차게 올라간다. 힘들지만 괜찮다. 산인데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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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바골폭포

땀을 좀 빼게 한 아래새재를 지나니 우리를 위로하는 듯 썩바골폭포 표지판이 보인다. 폭포는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돌이 많은 골이라는 의미의 석골, 석바위골을 주민들이 '썩바골' 이라고 불러 차가운 물이 쏟아지는 이 폭포를 썩바골폭포라고 하게 되었다고 한다.

3미터 정도 높이의 바위 위에서 떨어지는 폭포로 그리 크고 웅장하진 않지만, 산행에 지쳐가는 마음을 씻어주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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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재선충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휴식시간

대왕소나무를 만나러 가기 전 금강송 사이에 모여 앉았다. '앞으로 100년 안에 우리나라에서 소나무는 모두 사라질지 모른다고 합니다'로 해설사 선생님은 이야기하셨다.

급격한 기후변화도 문제지만 소나무의 에이즈라고 불리는 재선충이 심각하다. 일본에서 유입된 것으로 알려진 재선충은 솔수염하늘소로 인한 감염을 막기도 어렵고, 치료법이 없으니 막막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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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맞은 소나무와
곧게 뻗은 소나무

울진의 금강소나무숲길이 특별하게 여겨지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아직 재선충의 피해가 발견되지 않은 흔치 않은 청정지역이기 때문이다.

울진, 청송, 울릉을 제외한 제주 한라산을 비롯한 전국의 모든 지역이 재선충의 피해를 입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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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부러지며 자라난 소나무

머지 않은 미래에는 소나무를 볼 수 없게 될지 모른다는 이야기가 마음을 착잡하게 한다. 너무나 울창한 소나무들 사이에서 이들이 내뿜는 숨을 마시고 있자니 더욱 안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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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지만 안타까운
대왕소나무

대왕소나무가 보인다. 높이 9미터, 너비 5미터의 대왕소나무가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건 어느 사진작가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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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소나무 곁에 있던
잘려진 소나무의 흔적

이 소나무를 찍기 위해 그는 거슬리는 주변의 나무들을 베어버렸다. 그리고 본인이 찍고자 했던 대왕소나무의 가지까지 톱으로 잘라 정리하였다. 본인이 발견한 거라며 분재처럼 여긴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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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소나무의 특이한
줄기 부분

그가 발견하기 전부터 주민들은 대왕소나무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대왕소나무는 수백년을 함께 살아온 150년 수령의 부부나무, 220년 수령의 신하송 등 스물다섯 그루의 친구를 잃었다. 

한국의 정기를 지닌 소나무를 너무너무 사랑하고, 촬영 전 의례를 지내가며 소나무의 신령한 기운을 담는다던 작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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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소나무를 바라보는 탐방객들

조선시대에 금강송을 함부로 건드리면 죽을 때까지 곤장을 맞았겠지만, 시대가 다르기에 벌금 500만 원으로 마무리되었다. 200년 이상 금강송 한그루만도 700만 원이 넘는다는데 의아하다. 

그래도 덕분에 이 좋은 소나무를 만인이 알게 되었다는 사람들도 있다. 아름다운 사진을 찍겠다며 새의 다리에 본드를 붙이고, 리얼한 영화를 찍겠다며 배우와 협의도 하지 않고 잔인한 장면을 촬영하는 감독들이 아무렇지 않은가? 대왕소나무를 보며 감탄하던 탐방객들은 함부로 잘려버린 나무의 흔적들을 보며 탄식을 내뱉으며 슬픔을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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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데크에서 보이는
그림같은 소나무

유일한 데크가 대왕소나무 곁에 있다. 600년 소나무라고도 하는데 몇 십 년 전부터 600년 소나무라고 불렸으니 곧 700년 소나무로 바뀔지도 모르겠다.

데크 때문에 소나무가 잘 보이지 않는다. 요리조리 잘 찍어보려 해도 프레임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데크를 놓을 때 위치선정에 있어 나름 심사숙고했겠지만 기념사진을 찍는 탐방객들에게는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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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소나무에서 바라보는
황홀한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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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각각 변하는 풍경

대왕소나무에서 눈을 돌리니 탁 트인 산세가 눈에 들어온다. 특히 멀리 산 속 프레임에 갇힌 소나무 한그루가 그림 같다. 다른 나무들은 바탕색이 되어주고 본인만이 형태를 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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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정을 나누며 먹는 즐거움

풍경을 감상했으니, 마을주민들이 싸준 도시락으로 식사를 한다. 식은밥에 나물, 김치, 동그랑땡일 뿐인데 어느 진수성찬도 부럽지 않다. 여정을 함께한 탐방객이 나누어준 커피까지 곁들인다.

여기가 바로 지상낙원이 아니겠는가? 식상한 표현이지만 정말 더 맛있는 음식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딱히 들지 않는다. 금강송 아래에서의 식사이기에 신선한 공기가 식욕을 더욱 돋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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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령성황사에 대한
설명을 듣는 탐방객들

식사를 마치고 다시 출발지였던 너삼밭으로 돌아간다. 아주 똑같은 길로 되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보부상들이 봉화와 울진을 오가며 자신들의 안전과 성공을 기원하며 제사지내던 조령성황사를 지난다.

항상 다니던 길이라도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는 산길에서 그들의 마음은 더욱 절실했을 것이다. 보부상들과 마을주민들이 함께 건립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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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소나무 관리번호 및 내역

조령성황사 옆 '1' 나무를 시작으로 흰색으로 숫자가 쓰여진 금강송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한다.

금강소나무숲길에는 200년 수령인 금강송이 약 8만 그루가 있는데, 그중 4137그루에 숫자를 적어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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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령이광전영세불망비

조령성황사를 나와 조금 더 걸으니 현령이광전영세불망비가 보인다. 푸른 이끼가 낀 비석에서 세월을 느낄 수 있다.

해설사 선생님의 간단한 설명에 따르면 여기가 한양으로 가는 지름길이었다. 그리고 비석을 만들다 바쁜 일이 있었는지 '불망' 까지만 적고 '비' 를 빼먹었다고 한다. 허술함에 모두가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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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막터 흔적

위쪽에는 무쇠솥이 있는데 이건 화전민의 흔적이 아닌 보부상들이 들르던 주막의 흔적이다. 그 주막의 마지막 주모의 무덤이 근처에 있어서 그 손자가 자신의 손자를 데리고 벌초를 온다고 한다.

손자의 손자까지 인사를 드리러 온다니 주막은 사라졌어도 그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계속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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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푸르고 더욱 반짝이는
금강송숲

오전에 출발했는데 어느새 해가 중천에서 산 너머로 조금씩 기울어져 간다. 숲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이 눈부시다.

시작과 마찬가지로 맑은 소리의 대광천이 우리를 맞아준다. 산행의 끝이 느껴지니 힘들었던 순간은 잊혀지고 묘한 아쉬움만이 남아있다. 더 천천히 보고 느낄 것을.

물론 이 아쉬움이 우리를 다시 금강송숲으로 부를 것이다. 뒤를 돌아보니 숲은 더욱 푸르고 대광천은 더욱 반짝이며 우리를 배웅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