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왕피천 제1-1코스 탐방로
삼근리에서 출발하는 이번 코스는 쉽지 않은 산행을 각오해야 한다. 해설사 선생님들도 어린아이나 어르신들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하신다.
하지만 힘든만큼 깊이 있는 역사와 아름다운 산세, 원시 자연의 참모습을 만날 수 있으니 손해는 아니다. 아주 오랜 세월이 길러낸 노송들을 비롯하여 놓칠 수 없는 귀한 풍경과 이야기를 보고 들으며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불영사도 한눈에 담는다.
왕피천 두 번째 여정에는 항상 밝고 긍정적인 해설사 심현자 선생님을 비롯한 여러 동료 선생님들이 함께 하셨다.
“이것 좀 봐요! 오소리굴에 똥풍뎅이가 있어요.”
선생님의 신나는 목소리가 향하는 곳을 보니 웬 작은 웅덩이에 똥이 있었고, 그 위에 번쩍거리는 벌레가 한 마리 앉아 있었다. 오소리는 땅을 파서 똥을 싸는데 나중에 똥풍뎅이가 그 똥을 먹으러 오고, 다시 오소리는 자기 똥을 먹은 똥풍뎅이를 잡아 먹는다는 것이다. 재밌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한 오소리와 똥풍뎅이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계속 오소리굴과 똥풍뎅이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 외에도 청솔모가 나중에 먹으려고 나무에 끼워둔 솔방울, 죽은 나무에 구멍을 잔뜩 뚫어놓은 딱따구리의 흔적, 뿌리를 뻗을 충분한 자리가 없어서 도태된 나무, 꺾으면 생강냄새가 나는 생강나무, 검은콩처럼 생긴 냄새가 거의 없는 고라니똥, 북한의 김일성이 너무 좋아해서 국화로 지정됐다는 함박나무꽃 등 해설사 선생님은 시시각각 몰라서 보이지 않았던 자연의 움직임과 관련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흰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자’처럼 그저 ‘녹색은 풀, 갈색은 흙’으로 여겨졌던 우리에게 전혀 보이지 않았던 비밀스러운 숲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이곳의 유명인사인 거북바위에 내려오는 전설은 조금 복잡하다.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불영사를 지으려고 하니 그 터에 사람을 많이 해치는 백암산의 호랑이 때문에 나쁜 기운이 서려있다 하여 한 거북이 보고 호랑이를 잡아오라고 시켰다고 한다.
거북이가 호랑이를 잡아 오고 있을 때 의상대사는 불영사 연못에 사는 아홉 마리의 용을 쫓아내고 있었는데 그 영향으로 거북이는 돌이 되었다고 한다. 알 듯 말 듯 한 이야기는 제쳐두고라도 바위는 거북이가 하늘로 올라가려는 듯 굳어있는 모습을 하고 있으니 그 모습만은 분명 거북이이다.
“잠시만요! 뱀 보려면 천천히 오세요.”
뱀이 나타났다는데 무서워하거나 놀라지 않고 조심스레 관찰하는 선생님의 모습이 대단하게만 느껴졌다.
그러고보니 선생님들은 탐방을 하는 도중 마주치는 독특한 나무나 꽃, 바위, 벌레, 똥 등을 끊임없이 사진으로 기록하고 계셨다. 위협적이라 판단하지 않았는지 뱀은 잠시 멈춰있다가 나무 사이로 유유히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