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왕피천 제1코스 탐방로
동수곡삼거리에서 출발하는 첫 번째 탐방로의 대부분은 숲 속 산행이다. 고달픈 삶을 살았던 화전민들의 흔적과 적을 피해 이곳 오지로 피난 온 왕을 기억하며 불리게 된 왕피리 등의 이야기 속을 거닐며 오랜 시간 지켜져 온 청정한 자연의 일부가 되어본다.
산을 넘으면 왕피천에 다다른다. 양쪽에 산을 끼고 청아하게 흐르는 맑은 물의 경관과 소리는 산행으로 지친 피로를 한 번에 사라지게 한다. 그리고 이 코스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은 금강송 군락지.
옹기종기 모여 상쾌한 산소를 내뿜는 이곳에 도착하면 누구나 드러누워 새파란 하늘을 찌를 듯 수십 미터 높이의 기다랗게 솟은 소나무의 장관을 감상하게 된다.
화전정리법 이후 이주한 화전민들의 흔적이 아직 남아있다.
야생의 자연이 그대로 남아 빽빽이 나무와 풀로 가득한 이곳에 드문드문 빈 공간을 발견할 수 있다.
화전민들이 마을을 이루며 지냈던 터이다. 수십 년 동안 남겨진 아궁이와 몇 개의 그릇, 빈 소주병 등이 쓸쓸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몇몇 나무에는 송진 채취 흔적이 보인다. 일제강점기의 상처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이것이 돈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 화전민들이 남긴 흔적이기도 하다.
힘들고 아픈 상처는 여전히 남아 아직도 낫지 못한 상처의 고름처럼 흘러내리고 있다.
“왕들이 피신했던 곳이라고 해서 왕피리예요.”
이런 깊은 산속으로 왕이 피난 왔다. 쫓기고 쫓겨 이곳 오지까지 오게 됐다. 그때처럼 지금도 이곳은 쉽게 올 수 없는 험준한 곳이다. 물론 그렇기에 자연 그대로의 자연을 변치 않도록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오늘 코스의 도착지인 금강송군락지에 도착했다.
소나무들이 하늘을 찌를듯 높고 곧게 솟았다. 소나무들 사이에 누워 하늘을 보고 있자니 불어오는 바람에 몸이 흩어져 자연의 일부가 되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문득 하늘 한쪽에 무지개 모습을 한 채운이 보인다.
“우리 착하게 살았나 봐요. 보기 어려운 건데.”
해설사 선생님과 하늘을 바라보며 행운이 깃든 채운에 눈을 떼지 못한 채 실둑교를 건넜다. 자연이 선사한 왕피천 첫날의 귀한 선물이었다.